디지털 안전 센터
EU의 「AI 책임 지침(안)」추진 중단
1. 배경
「AI 책임지침」이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함으로써 이용자 보호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집행위원회는 2025년 2월에 "AI 책임지침(AI Liability Directive)" 제안을 철회했다(Andrews, C., 2025). 유럽집행위원회가 「AI 책임지침」을 철회한 이유로는 이해관계자간 합의 부족과 디지털 분야 규제 간소화가 원인이 됐다.
2. AI 책임지침의 주요 내용2.1 지침 제안 배경
2020년 10월에 유럽 의회는 「EU 기능 조약(TFEU)」 225조를 근거로 AI에 대한 민사상 책임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유럽집행위원회에 관련 법안을 제안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2020년 1월에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유럽 기업들의 AI 활용을 가로막는 상위 3대 장벽 중 하나가 AI활용으로 인한 불명확한 민사책임(43%)의 한계로 지적된 데에 따른 것이었다.
현행 법률체계에서 민사책임의 한계는 과실에 기반한 피해에만 한정된다. 그러나, AI시스템으로 인한 피해는 AI의 '블랙박스'적 특성인 불투명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과실이 있는 책임자를 파악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어렵고, AI시스템이나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의회는 유럽 기업들의 AI에 대한 신뢰를 확대하여 AI의 도입을 촉진할 목적으로 유럽집행위원회에게 AI와 관련된 비계약적 민사책임에 관한 규칙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유럽집행위원회는 2022년 9월 28일에 「AI 책임지침(AI Liability Directive)」을 제안했다. 이 지침의 주요 목적은 AI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다른 기술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경우와 동일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통일된 규칙을 도입하는 데에 있었다. 이때,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인과관계의 반박 가능한 추정을 허용하고,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증거 공개를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2.2 지침의 핵심 내용
이 「AI 책임지침」 초안은 ①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증거공개 명령권 부여(제3조), ② 특정 조건 하에서 인과관계 추정 규정 도입(제4조), ③ AI법과의 연계를 통한 체계적 규율(제2조~제4조), ④ 입증책임 완화(제3조)를 통한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증거공개 명령권은 법원이 AI 제공자나 사용자에게 증거공개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이며, 추정 규정은 일정 조건 하에서 과실과 손해 간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다. 이 지침은 EU AI법의 규제철학을 반영하여 위험기반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위험 AI와 일반 AI, 전문적 사용과 개인적 사용을 구분하여 차등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이 지침은 소위 '반박가능성'을 허용한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과실 기반 책임의 경우 AI가 오작동하여 피해가 발생한다면 피해자는 제조사 과실로 인한 피해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하여야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 책임지침」으로 추정 발동조건만 증명하면 입증책임이 피해자가 아닌 AI제공자에게 부과되고 AI제공자는 무과실 또는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입증할 기회를 통해 면책을 추구해야 한다. 피해자는 단지 추정 발동 조건만 증명하면 되므로 복잡한 AI시스템의 내부작동을 모두 증명할 필요가 없으며, AI제공자는 실제로 무과실이었다면 이를 증명함으로써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지침은 입증책임 완화와 공정성 보장을 통해 피해자 보호와 AI산업 발전의 균형을 추구한다.
| 입증책임 | 피해자가 모든 인과관계 입증 | 추정 발동조건만 증명 |
| AI제공자 | 수동적 지위 | 무과실/인과관계 부존재 입증 |
| 특징 | 피해자에게 과도한 부담 | 반박가능한 추정으로 균형 |
3. 지침 철회의 배경과 원인3.1 철회 결정
「AI 책임지침」이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함으로써 이용자 보호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집행위원회는 2025년 2월에 "AI 책임지침(AI Liability Directive)" 제안을 철회했다.
3.2 주요 원인
유럽집행위원회가 「AI 책임지침」을 철회한 이유로는 이해관계자간 합의 부족과 디지털 분야 규제 간소화가 원인이 됐다. 특히, 새로운 「EU 제조물책임지침」이 AI를 포괄하게 되면서 AI 책임지침의 필요성이 크게 약화된 것도 주효한 원인 중 하나였다. 새로운 제조물 책임지침이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명시적으로 포괄(Recital 13)하고 데이터 파괴나 손상으로 인한 손해를 다루게 되면서 AI로 인한 피해까지도 포섭(Recital 20)할 수 있게 되었으며, 법원의 강제적 증거공개 명령권(제9조), '기술적․과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입증이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에는 그 결함과 인과적 관계에 대해서 추정만으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증책임 완화 규정(제10조) 등이 포함됨에 따라 AI만을 별도로 규정하는 법률의 필요성이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AI 분야에 특화된 별도 지침을 제정할 실익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변화된 입법 환경을 고려하여, 불필요한 규제 중복을 방지하고 법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책임지침」 입법 추진을 중단하였다.
4. AI 책임지침 조문 내용
철회된 AI 책임지침(안)의 주요 조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지침은 AI 시스템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비계약상 과실 기반 민사법상 청구에 대한 증거 공개와 입증책임에 관한 공통 규칙을 규정하고 있다.
| Article 1 Subject matter and scope | 제1조 적용대상 및 범위 |
| 1. This Directive lays down common rules on: (a) the disclosure of evidence on high-risk artificial intelligence (AI) systems to enable a claimant to substantiate a non-contractual fault-based civil law claim for damages; | 1. 본 지침은 다음에 관한 공통 규칙을 규정한다: (a) 고위험 인공지능(AI) 시스템에 관한 증거 공개로서, 청구인이 손해배상에 대한 비계약상 과실 기반 민사법상 청구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
| (b) the burden of proof in the case of non-contractual fault-based civil law claims brought before national courts for damages caused by an AI system. | (b) AI 시스템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국내 법원에 제기된 비계약상 과실 기반 민사법상 청구의 경우 입증책임 |
| Article 2 Definitions | 제2조 정의 |
| For the purposes of this Directive, the following definitions shall apply: (1) 'AI system' means an AI system as defined in [Article 3 (1) of the AI Act]; | 본 지침의 목적상 다음 정의가 적용된다: (1) 'AI 시스템'은 [AI법 제3조 제1항]에서 정의된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
| (2) 'high-risk AI system' means an AI system referred to in [Article 6 of the AI Act]; | (2) '고위험 AI 시스템'은 [AI법 제6조]에서 언급된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
| Article 3 Disclosure of evidence and rebuttable presumption of non-compliance | 제3조 증거 공개 및 불이행 추정 |
| 1. Member States shall ensure that national courts are empowered, either upon the request of a potential claimant who has previously asked a provider... to order the disclosure of such evidence from those persons. | 1. 회원국은 국내 법원이 다음의 경우 증거 공개를 명령할 권한을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 잠재적 청구인이 손해를 야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특정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제공자... 또는 사용자에게 보유 중인 관련 증거의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경우 |
| Article 4 Rebuttable presumption of a causal link in the case of fault | 제4조 과실의 경우 인과관계 추정 |
| 1. Subject to the requirements laid down in this Article, national courts shall presume, for the purposes of applying liability rules to a claim for damages, the causal link between the fault of the defendant and the output produced by the AI system or the failure of the AI system to produce an output... | 1. 본 조에 규정된 요건에 따라, 국내 법원은 손해배상청구에 책임 규칙을 적용하는 목적상 다음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 피고의 과실과 AI 시스템이 생성한 출력 또는 AI 시스템이 출력을 생성하지 못한 것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야 한다 |
| Article 5 Evaluation and targeted review | 제5조 평가 및 목표 검토 |
| 1. By [DATE five years after the end of the transposition period], the Commission shall review the application of this Directive and present a report... | 1. [전치기간 종료 후 5년]까지 위원회는 본 지침의 적용을 검토하고 적절한 경우 입법 제안을 수반하여 유럽의회, 이사회 및 유럽경제사회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
| Article 7 Transposition | 제7조 전치 |
| 1. Member States shall bring into force the laws, regulations and administrative provisions necessary to comply with this Directive by [two years after the entry into force] at the latest. | 1. 회원국은 늦어도 [발효 후 2년]까지 본 지침을 준수하는 데 필요한 법률, 규정 및 행정 규정을 발효시켜야 한다. |
| Article 8 Entry into force | 제8조 발효 |
| This Directive shall enter into force on the twentieth day following that of its publication in the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 본 지침은 유럽연합 관보에 공포된 날로부터 20일째 되는 날에 발효한다. |
| Article 9 Addressees | 제9조 수신자 |
| This Directive is addressed to the Member States. | 본 지침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다. |
5. 정책적 시사점: 규제 중복 방지와 법적 일관성
EU의 결정은 AI 기술에 대한 별도의 민사책임 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기존 제조물책임 체계를 확장하여 AI 관련 손해를 포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반영한다. 기존의 제조물 책임지침에 AI로 인해 우려되는 사항을 포섭하는 방식이 AI 분야에 특화된 별도 지침을 제정하는 것보다 현실적이며, 불필요한 규제 중복을 방지하고 법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비록 별도의 AI 책임지침은 철회되었지만,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을 통해 입증책임 완화와 공정성 보장을 통한 피해자 보호가 가능해지면서 규제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중복 규제로 인한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U의 「AI 책임지침」 철회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민사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법보다는 기존 법체계의 확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법은 규제 중복을 방지하고 법적 일관성을 확보하면서도 AI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적절한 구제책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EU의 「AI 책임지침」 철회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민사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법보다는 기존 법체계의 확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법은 규제 중복을 방지하고 법적 일관성을 확보하면서도 AI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적절한 구제책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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